폭풍이 지나간 뒤의 해변은 달라 보여요. 파도가 해초 더미를 모래 위 높은 곳까지 밀어 올려 놓았어요. 조개껍데기와 유목, 매끈한 돌들이 밀물이 남기고 간 자리에 흩어져 있어요. 갈매기는 물가를 걸으며 먹을 만한 것을 콕콕 쪼아요. 모래 자체도 자리를 옮겨서, 어제까지 완만한 비탈이던 곳에 작은 절벽이 생기기도 해요. 폭풍 다음 날 아침에 바닷가를 걷는 일은 깜짝 상자를 여는 것과 같아요. 바다가 무엇을 배달해 놓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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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비가 그친 숲은 고요했어요. 나뭇잎에서 미끄러진 물방울이 아래 부드러운 땅 위로 떨어졌어요. 작은 갈색 새 한 마리가 쓰러진 통나무를 따라 폴짝폴짝 뛰며, 숨을 쉬러 올라온 지렁이를 찾았어요. 멀리 어딘가에서는 산에서 내려온 물로 가득 찬 시냇물이 평소보다 빠르게 흘렀어요. 공기에서는 젖은 흙과 솔잎 냄새가 났어요. 가만히 서 있으면 숲 전체가 똑똑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시간을 잊어버린 시계처럼요.
58단어
자연
산은 영원할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천천히 늘 변하고 있어요. 바람과 비와 얼음이 해마다 바위를 조금씩 깎아 내요. 물이 아주 작은 틈으로 스며들어 얼면서 부풀고, 겨울마다 틈을 조금씩 더 벌려 놓아요. 수천 년이 지나면 뾰족한 봉우리는 둥글어지고, 떨어져 나온 돌들은 아래 골짜기로 굴러 내려요. 가장 작은 조각들은 강물이 바다까지 실어 가요. 그러니 다음에 바닷가에서 조약돌을 주울 때 기억해 보세요. 그 돌은 어느 산꼭대기에서 여행을 시작했을지도 몰라요.
65단어
자연
초여름의 풀밭은 처음 보기보다 훨씬 분주해요. 벌은 꽃에서 꽃으로 옮겨 다니며 꿀을 모으고 꽃가루를 날라요. 메뚜기는 발소리가 날 때마다 펄쩍 뛰어 피해요. 땅속에서는 지렁이가 흙을 헤집고 다니며 흙을 섞고 뿌리까지 공기가 닿게 해 줘요. 나비는 날기 전에 따뜻한 돌 위에서 날개를 데워요. 키 큰 풀들도 한몫을 해서, 수십 종의 작은 생물에게 그늘과 쉼터를 내어 줘요. 그 한가운데 앉아 있으면 풀밭이 웅웅 노래하는 것 같아요.
64단어
자연
구름은 여러 가지 모양이에요. 어떤 구름은 하늘 높이 얇고 가늘게 뻗어서 파란 종이 위의 붓 자국 같아요. 어떤 구름은 두툼하고 몽실몽실해서 솜을 쌓아 놓은 듯해요. 어둡고 무거운 구름은 대개 비가 온다는 신호예요. 느긋한 오후에 풀밭에 누워 구름 속에서 그림을 찾아보는 일은 재미있어요. 용, 배, 코가 긴 얼굴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잠깐만 기다리면 그림이 바뀌어요. 구름은 오래 가만히 있지 않으니까요.
59단어
자연
습지는 한때 쓸모없는 늪이라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지구에서 가장 소중한 곳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아요. 습지는 거대한 스펀지처럼 홍수 물을 빨아들였다가 천천히 내보내요. 습지의 식물은 진흙을 붙잡고 많은 오염 물질을 걸러 내서, 습지를 빠져나가는 물이 들어올 때보다 깨끗한 경우가 많아요. 습지는 수많은 새와 물고기, 개구리, 곤충에게 먹이와 쉴 곳도 마련해 줘요. 이동하는 철새 중에는 습지를 중간 쉼터로 삼는 새가 많아요. 다시 말해 습지를 지키는 일은 진흙탕 한 뙈기보다 훨씬 많은 것을 지키는 일이에요.
71단어
자연
사막은 낮에는 텅 비어 보일 수 있어요. 해는 뜨겁고 모래는 달아오르고, 대부분의 동물은 굴속이나 바위 밑에 숨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녁이 되면 사막이 깨어나요. 도마뱀이 식어 가는 땅 위를 재빠르게 가로지르고, 올빼미와 박쥐는 사냥을 시작해요. 작은 포유류들은 씨앗을 찾아 슬그머니 나와요. 선인장 같은 식물은 두툼한 줄기에 물을 저장해서 오랜 가뭄도 견뎌요. 사막에 생명이 없는 게 아니에요. 알맞은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에요.
60단어
자연
많은 나무는 해마다 새 나이테를 하나씩 만들어요. 그루터기 윗면을 보면 둥근 테가 겹겹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테가 넓으면 보통 비와 햇볕이 넉넉했던 좋은 해라는 뜻이에요. 테가 좁으면 가물었거나 추웠던 해일 수 있어요. 나이테를 세어 보면 나무가 대략 몇 살인지 알 수 있어요. 어떤 나무는 우리 동네의 어느 건물보다도 나이가 많아요!
53단어
자연
강은 작게 시작해요. 언덕에서 졸졸 솟는 샘물로 시작하기도 하고, 비탈을 따라 흘러내리는 눈 녹은 물로 시작하기도 해요. 작은 개울들이 합쳐지면서 물줄기는 넓어지고 힘이 세져요. 강은 골짜기를 가르고, 굽이굽이 돌아 흐르고, 바위 위에서는 하얗고 시끄러운 여울이 되어 굴러 떨어져요. 더 아래로 내려가면 강물은 느려지고 평평한 땅 위로 넓게 퍼져요. 마침내 바다에 닿으면 민물이 짠물과 섞여요. 아무리 큰 강도 처음에는 가느다란 물줄기였어요.
60단어
자연
안개는 촉촉한 공기가 식으면서 수증기가 아주 작은 물방울로 맺혀 공기 중에 떠 있을 때 생겨요. 바람 없는 가을 아침에는 골짜기가 우유를 채운 그릇처럼 안개로 가득 찰 수 있어요. 익숙한 풍경은 사라지고, 소리는 먹먹하면서도 이상하게 가깝게 들려요. 운전하는 사람은 속도를 줄이고, 뱃사람은 뱃고동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걷는 사람은 자기와 함께 움직이는 부드러운 회색 방 안에 있게 돼요. 그러다 해가 떠올라 땅이 따뜻해지면 안개는 옅어지고 걷혀서,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요.
69단어
자연
이끼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가장 질긴 식물 가운데 하나예요. 진짜 뿌리도, 꽃도, 씨앗도 없어요. 대신 바람에 실려 가는 아주 작은 포자로 퍼져요. 많은 이끼는 바싹 말라 죽은 것처럼 보이다가도 비가 흠뻑 오면 곧 다시 선명한 초록색이 돼요. 이끼는 바위, 지붕, 나무줄기, 담벼락 위에서 자라는데, 다른 식물이 발붙이지 못하는 곳인 경우가 많아요. 시간이 지나면 이끼는 바위를 부수고 얇은 흙층을 쌓는 데 도움을 줘요.
63단어
자연
폭풍이 지나간 뒤의 해변은 달라 보여요. 파도가 해초 더미를 모래 위 높은 곳까지 밀어 올려 놓았어요. 조개껍데기와 유목, 매끈한 돌들이 밀물이 남기고 간 자리에 흩어져 있어요. 갈매기는 물가를 걸으며 먹을 만한 것을 콕콕 쪼아요. 모래 자체도 자리를 옮겨서, 어제까지 완만한 비탈이던 곳에 작은 절벽이 생기기도 해요. 폭풍 다음 날 아침에 바닷가를 걷는 일은 깜짝 상자를 여는 것과 같아요. 바다가 무엇을 배달해 놓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까요.